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블러디메리캐슬] 다정하게 낡아가기 위하여 새로운 헬레니아를 만드는 것보다 기울어진 헬레니아를 세우는 것이 더 번거로운 일이었다. 다 무너진 애셜가의 청년 덕에 차츰 돌아가고 있지만. 오늘따라 유독 길어진 업무를 뒤로하곤 말에 올라타 다시 푸르러진 풀들을 스치며 지나갔다. 오늘은, 아니. 어쩌면 오늘도? 모래 가득한 어느 곳으로 곧장 달려나가 해가 저물고 달빛이 창문에 걸린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귤이라도 사 갖고 와주려나. 그런 생각과 함께 귤향이 퍼졌다. 시선을 돌리면 탁자 위에 놓여진 바구니 속의 귤…. 귤? 다시 시선을 돌리면 열려있는 창문, 흔들리는 커튼. 그리고 그 아래 눈을 감고 있는 샤샤가 보였다. 그럴리가 없는데. 아니, 그렇지만 당신의 별장이니 당연한 건가. "샤샤, 잠들었나요?" 샤샤의 눈 위로 조심스레 손바닥을 내보이며 휘.. 더보기 령야담(靈野譚) 1장 BGM, 태왕사신기 첫사랑 12월 초순.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들은 엄한 추위가 스며들어 몸을 떨어댔고 제비들은 하늘을 날개로 덮으며 유연히 날아들었다. 백색의 산을 오르는 제 손끝은 깨질 듯 아려와 뜨거운 숨결로 후후 불며 녹여보지만 무색하게도 찬바람이 손과 뺨을 스쳐갔다. 섣달의 산은 추위가 살을 베어가는 듯했다. 들리는 거라곤 새하얀 눈이 밟히는 소리와 간간이 뛰어다니는 다람쥐 발소리가 전부였다. "후우……." 심호흡을 깊게 했다. 내뱉겨 나오는 입김은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 나게 해주는 듯 보였다. '처음 눈이 내릴 땐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는데. 눈보라라도 치지 않음에 감사하게 될 줄이야, 나도 참 간사하구나.' 발은 붓고, 손은 시리고, 다리도 아프고. 물집 잡힌 발가락이 걸을 때마다 스치며 쑤.. 더보기 [블러디메리캐슬] 태양을 쟁취하고 와 "벨, 기억나? 집에서 봤던 석양 말이야." 헬레니아의 첫 번째 태양, 레하트의 공주, 브리트니 레하트 헬레니아. 사랑스러운 나의 언니는 가끔씩 해가 지는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서있으면, 그녀는 항상 쌉싸름한 미소를 지으며 '태양이 매일같이 찬란했으면 좋겠어.' …라는 말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브리트니에게 '내일은 더 환하게 웃으며 다시 태어날 거야!'라는 소릴 했던가. 어쩌면 상처도 없고 슬펐던 적도 없어 그런 다정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날의 나는 석양에 비춰 찬란하게 빛나던 눈물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도 눈물을 흘려보고 싶었다. 할아버님께선 '네겐 그런 건 필요 없어.'라며 눈물을 흘리는 법을 알려주지 않으셨지만. 덧붙..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